1995. 10. 27. 『동아일보』 15면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롬 나왔다

320쪽짜리 413권 방대한 분량 수록

정치 경제외에 일반민중 생활사까지 망라


사학자­컴퓨터전문가 등 400여명 제작 참여

연대 목차 등 다양한 색인

편리한 검색 최대 장점


정용관 기자


  조선왕조 5백년의 장구한 역사가 CD롬 3장에 담겨졌다.

  문화체육부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민족문화추진회 서울시스템 동아일보와 함께 「국역 조선왕조실록」을 CD롬으로 개발, 26일 오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간행발표회를 가졌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이성계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백72년의 역사를 기록한 왕조의 공식 역사서.   조선왕조의 정치 경제는 물론 인물 자연 학술, 나아가 일반 민중의 생활사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사 기록물이다. 또 양에 있어서도 한문 원본은 총 1천8백93권 8백88책에 달하며 신4·6배판 크기의 국역본도 총 4백13권(권당 3백20∼3백40페이지)에 이른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인들은 실록의 한문원본은 물론 지난 93년말 학자 3천여명이 동원돼 번역을 끝낸 국역본에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사람이 하루에 1백페이지씩 읽는다 해도 4년3개월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인데다 설령 다 읽었다 하더라도 전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

  이와 관련, 자료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초 김도현 문화체육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선왕조실록 CD롬 간행위원회가 결성되고 개발이 본격 추진되었다. 직접 개발을 맡은 서울시스템에 따르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한국사 및 한문전공자 20여명이 참여했으며 프로그램 개발에 컴퓨터 전문가 50여명, 내용입력에 전산전문 입력요원 3백여명이 동원됐다.

  이번에 나온 「CD롬 국역 조선왕조실록」은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있다.   태조∼성종, 연산군∼현종, 숙종∼철종 등의 정사를 각각 1장의 CD롬에 수록했으며 나머지 1장에는 운영프로그램 및 1만7천3백67자의 국학연구용 확장폰트(한자서체) 등을 담았다.

  CD롬 국역 조선왕조실록은 다양한 색인에 의해 이용자가 편리하게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선 조선왕조실록이 편년체 서술형식인 점을 감안, 연대목차에 의한 색인기능을 갖고 있다. 윈도에서 간단한 마우스 조작으로 찾고자 하는 특정일자의 기사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 국사편찬위원회가 수십년간 작업해온 조선왕조실록의 항목분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이용자들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분류항목에 의한 검색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날씨나 천체의 현상을 알려고 할 때 분류색인으로 문화→과학→천기의 항목을 선택하면 조선왕조 5백년간의 날씨와 천체현상이 날짜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문화→과학→지학의 항목을 선택하면 지진이 일어났던 곳이나 해양의 적조현상이 있었던 일들이 날짜순서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떠오른다.

  분류항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4개분야에 걸쳐 기본항목 40개(정치의 경우 왕실 사법 군사 등), 세부항목 1백61개(사법의 경우 법제 재판 탄핵 등)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 나온 CD롬 판에는 제1집(태조∼성종) 기사 9만5천여건에 대한 분류항목만을 반영했다.

  또한 강력한 단어검색기능을 갖고 있어 인명 지명 관직명 제도명 등 임의의 단어에 의한 검색이 가능하다. 이외에 실록원문의 모든 도표와 그림을 본문에 수록해 해당기사에서 각 그림과 도표를 불러올 수 있다. 일단 검색한 기사내용은 본문페이지 순서대로 또는 원하는 페이지만을 선택해 인쇄하거나 파일로 복사할 수 있으며 검색결과내에서의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하다.

  한편 국역 조선왕조실록의 CD롬 간행은 한국학연구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한국사연구의 과학화에 기여하고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풍속사 문화사 등 각 분야별 분류사연구를 활성화시킬 것이며 천문 인구 구휼 전쟁 등에 관한 각종 역사통계들은 새로운 분야의 학문을 구축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주요인물의 전기나 사생활, 탕녀들의 방탕한 음행 등에 대한 기사들은 역사의 진실이 담긴 논픽션 실록소설의 등장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문화체육부는 이번 간행에 이어 오는 98년까지 조선왕조실록의 한문원본도 CD롬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기타 고전 국학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가격은 부가세별도 5백만원. 문의 02­5100­720, 721­7695



CD롬 개발 실무지휘 서울시스템 김현 이사

“일반인 손쉽게 접근 전통문화개발 기여 보람”


  『방대하면서도 풍부한 역사정보를 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더이상 창고에 묻혀있는 보물이 아닙니다. CD롬을 통해 전문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도 손쉽게 역사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국역 조선왕조실록의 CD롬 개발을 실무지휘한 서울시스템 김현 이사는 『무엇보다 첨단정보기술을 전통문화개발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었다』면서 『국학연구는 물론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문화사등 학제간 연구에도 획기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이사는 『이전의 사무용정보처리기술과는 전혀 다른 체제로 모든 점이 미개척지였고 원 자료에 대한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밀성이 요구돼 부담스러웠지만 역사의 이정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개발과정을 밝혔다.

  그는 『이번 CD롬 개발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면 허무한 일』이라며 『다른 고전자료에 대한 발굴과 전산화작업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은 특히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재미있는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면서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활용을 부탁했다.

  서울시스템은 그동안 「한국의 그림」등 10여개의 국학관련 CD롬을 내놓았으며 「한문 조선왕조실록 CD롬」도 맡아 간행할 예정이다.